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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10:21

원본 출처는 Halcyo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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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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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1 09:55


nF-1 / 20-35
L / 160vc



꽃 택배


박후기
 
 
택배회사 울타리
벚꽃 피고 진다
어떤 꽃잎 피어날 때
어떤 꽃잎 지고 있다
늙은 왕벚나무가
꽃들의 물류창고 같다
사랑은 언제나 착불로 온다
꽃들은 갑자기
왕벚나무를 찾아와
빈손을 벌리고,
집 없는 나는 꽃피는
당신을 만나야 한다
꽃잎은 끊임없이
억겁의 물류창고를 빠져나가고,
사월의 허공이
태초의 발송지로
반송되는 꽃잎들로 인해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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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6 18:36


IIIa / Sonnar 1.5 / Tmax 400 / Ved
 



건강한 슬픔



강연호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연락이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도 서로 멀리 있었다

전화 저쪽에서 그녀는 오래 울었다
이쪽에서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창문 밖에서 귓바퀴를 쫑긋 세운 나뭇잎들이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뭇잎은 나뭇잎끼리 참 내밀해 보였다
저렇게 귀 기울인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과 강물과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그녀의 울음과 내 침묵 사이로도
바람과 강물과 세월은 또 흘러갈 것이었다

그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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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31 23:17
EOS3 / 24-70 / Agfa Ultra 100



여우난골 族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新里 고무 고무의 딸 李女 작은 李女
열여섯에 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土山 고무 고무의 딸 承女 아들 承동이
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 골 고무 고무의 딸 洪女 아들 洪동이 
작은 洪동이 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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